교회가 가르쳐야 할 여덟 가지 복 (5)
자비한 사람과 하나님의 자비
“자비한 사람은 복이 있다. 하나님이 그들을 자비롭게 대하실 것이다.”
복 주기를 원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다섯 번 째 관심은 ‘자비한 사람’이다. 자비한 사람(the merciful)은 어떤 사람일까? 개역개정판이나 개역판 성경 모두 “긍휼히 여기는 자는 복이 있나니”라고 번역하고 있다. 공동번역 성경은 “자비를 베푸는 사람은 행복하다”로 번역했다. 종합하면 ‘자비와 긍휼을 베푸는 사람이 복이 있다’
자비와 긍휼은 성서의 단어 '엘레오'를 우리 말로 번역하면서 나온 두 가지 표현이다. 사전적인 의미를 보면 영어로는 ‘merciful’로 번역되는데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의미다(to have mercy on, or to help one afflicted). 자비는 불쌍히 여기는 마음만을 뜻하지 않고 불쌍히 여기는 마음에서 시작하여 구체적으로 도움을 주는 일을 뜻한다. 그런 점에서 ‘공동번역’에서 해석한, “자비를 베푸는 사람은 행복하다”가 원문의 뜻을 가장 잘 전달해주는 생동감 있는 번역이라 할 수 있다.
성경이 증언하는 인간은 하나님의 도움 없이 살 수 없는 연약하고 불쌍한 존재다. 하나님의 용서하심과 은혜 베푸심이 없다면 멸망의 길로 달려갈 수 밖에 없는 존재다. 이 것이 성경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인간실존이며 지금껏 교회가 고백해온 기독교 신앙에서의 인간존재다. 따라서 하나님 앞에 나오는 모든 사람은 자신이 하나님 앞에 불쌍한 존재이며 하나님으로부터 긍휼히 여김을 받을 필요가 있는, 하나님의 도우심과 은총이 필요한 연약한 존재임을 인정하고 고백해야 한다.
성경은 하나님을 우리에게 자비를 베푸시는 분, 도움을 주시는 분으로 일관되게 증언한다. 모세가 하나님의 산에서 두 개의 돌판에 십계명을 받을 때 들었던 하나님의 음성을 직접 들어보자; “나 주는 자비롭고 은혜로우며, 노하기를 더디하고, 한결같은 사랑과 진실이 풍성한 하나님이다” (출34:6). 하나님께서 스스로 당신 자신을 ‘자비로운’ 분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는 하나님의 품성이며 우리에게 행하시는 특징을 나타내는 말이다.
사진/ 엘파소 광야
우리가 하나님 자비의 대상이고, 하나님께서 불쌍히 여기시는 연약한 존재이기는 하지만 동시에 자비를 베풀어야 하는 의무가 있다. 그것은 우리가 하나님의 자비를 받았고 긍휼히 여김을 받았기 때문이다. 바울의 고백처럼 우리는 주님으로부터 사랑의 빚진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마태복음에서 예수 그리스도는 ‘자비’를 행함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이렇게 말씀하신다 (마9:13); “너희는 가서 ‘내가 바라는 것은 자비요, 희생제물이 아니다' 하신 말씀이 무슨 뜻인지 배워라” (호 6:6을 인용함). 누가복음은 더 분명하다 (눅 6:36); “너희의 아버지께서 자비로우신 것 같이,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으로부터 불쌍히 여김을 받아 도움을 받는 존재이면서 동시에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자비를 다시 다른 사람에게 베풀어야 하는 존재이다. 이 것은 선택이 아니라 그리스도인 됨의 의무가 된다. 동시에 교회의 성품이 된다. 인간이 자신의 연약함과 불쌍함을 핑게로 도움만 받고 불쌍히 여김만 받으려 해서는 안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예수께서 가르치신 비유들 중에서 자비를 행하도록 가르치는 비유에는 ‘부자와 거지 나사로’ 이야기와 (눅 16:19-31), ‘양과 염소’의 비유가 있다 (마 25:31-46). 이 비유 속에서 부자와 거지 나사로의 내세가 천국과 지옥으로 극명하게 갈라지는 이유가 있다. 부자가 자기 대문 밖에서 한 거지가 굶어 죽어가는데도 전혀 돌아보지 않았고 ‘자비’를 베풀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까운 이웃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았기 때문에 하나님도 그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는다는 것이 이 비유의 메시지다. 이는 “자비한 사람은 복이 있다. 하나님이 그들을 자비롭게 대하실 것이다” 라는 복에 대한 예수님의 가르침과 일치한다.
‘양과 염소’의 비유는 (마 25:31-46) 자비에 대한 강조가 ‘부자와 거지 나사로’ 비유보다 더 강하다.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도움을 준 일이 곧 주님 자신에게 도움을 베푼 것으로 가르치신다.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외면한 것이 곧 주님의 필요를 외면한 것으로 판단하신다. 양과 염소의 비유는 마지막 심판의 때에 자비를 행하고 행하지 않음을 마치 염소와 양을 구별하는 것처럼 엄격하고 세밀하게 구별하여 판단 하신다는 경고다.
교회는 비록 연약하고 허물이 있으며, 불쌍히 여김을 받아야 할 존재일지라도 이웃을 향해 자비를 베푸는 사람들이 복을 받는 공동체다. 교회는 세상을 향해, 어둡고 그늘 진 곳에, 연약하고 작은 자들에게 자비를 베풀고 복을 받는 공동체다. 따라서 교회는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지역사회를 돌아보아야 한다.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자비의 손길을 내미는 교회공동체가 되기를 바라며 예수 그리스도께서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마 5:13).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마 5:14) 라고 가르치신 것이 분명하다.
2013년 11월 22일
'내일아침' 심용섭 목사 쓰고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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