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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회심과 개종

회심과 개종

 

기독교의 역사는 회심의 역사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회심(悔心)이란 마음을 새롭게 하여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난 존재의 상태를 일컫는 말이다. 기독교 신앙에서 강조하는 회개(悔改)를 통해 다시 태어난 사람이다. 그러므로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며 배우고 행하여, 이 전의 습관과 죄의 성품을 내어버리고 하늘의 진리 예수 그리스도의 성품  닮아 가는 사람들은 모두 회심의 사람들이다.


초대교회는 유대교 전통을 삶의 전부로 믿고 살았던 사람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새로운 가르침을 따라 갔던 사람들이었으므로 회심한 사람들의 공동체였다. 흔히 이를 두고 개종’(改宗)이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한다. 즉 종교를 바꾸었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은 엄밀하게 말해 옳지 않다. 예수님은 개종하신 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예수님 자신도 초대 교회의 일원이 되었던 교인들도 모두 개종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여전히 같은 하나님을 믿었고, 같은 성경인 구약성경을 읽었다. 예수님은 결코 유대교의 경전 모세의 오경과 율법을 폐하려 하지 않았다. 다만 하나님을 잘못 알고 있는 그들의 생각과, 잘못된 신앙의 삶을 바로잡고자 했던 것이다.


바울은 회심했던 대표적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 그는 진정으로 회심했던 사람이었다. 기독교인을 박해하는데 열정을 다했던 인물이 철저히 기독교인으로 변신했다는 사실은 그야말로 극적인 회심의 표본이라 해도 손색이 없는 사람이다. 그의 갑작스러운 회심으로  예루살렘의 초대교회는 혼란에 빠지기도 했었다. 회심한 바울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당황했던 것이다. 그만큼 그의 회심은 예상 밖의 사건이었던 것이다.  그런 그도 회심 후 3년 여 동안 역사의 기록에 나타나지 않는다. 대부분 바울이 회심 이후 3년 여 동안 광야의 생활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바울은 그 기간 동안 자신을 철저하게 돌아보고 진정으로 회심하였으며,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배웠을 것으로 본다. 다시 사람들에게 나타나 그가 보여준 선교의 열정과 성과, 그리고 서신을 통해 나타난 신학적 업적들은 그의 회심이 얼마나 철저했는지를 말해준다.


바울 역시 개종한 사람이 아니다. 그가 철저하게 훈련받았던 율법적 지식들은 고스란히 그의 신학적 저술 속에 녹아있었고, 초대교회의 신앙과 교회를 설명하는 이론적 토대가 되는데 녹아져 있다.  그리스도 예수를 통하여 하나님을 열심히 섬겼던 사람이었다. 단순히 종교를 바꾼 사람이 아니다. 철저하게 회심을 했던 사람이다.

El Paso Korean United Methodist Church

 

종교를 바꾼다고 회심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종교를 바꾸고 새로운 종교의 윤리를 따라 살아간다고 하여 그 사람의 마음(마음이란 존재적 터전을 뜻한다)이 변화되는 것으 보장할 을 수 없다. 여전히 종교적 존재로 살아가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그러나 회심은 바울이 말했던 새로운 피조물이 되는 것이다. 이 것은 종교의 문제가 아니다. 바울은 종교를 바꾸어 회심이 일어난 것이 아니다. 초대교회에 모여들었던 사람들이 종교를 바꾸어 새로운 사람이 된 것이 아니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영적 경험을 통해 자신들의 존재가 바뀐 것을 경험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그리스도인이 되었고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는 한 부분이 되었던 것이다. 종교가 사람을 바꾼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성령의 능력으로 새로운 피조물, 존재적 터전 마음이 새롭게 된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기독교 교회를 이루어갔다.


기독교 역사는 개종의 역사가 아니라 회심의 역사다. 한국 기독교도 불교 혹은 도교 천도교, 샤머니즘 등의 종교를 가졌던 사람들이 기독교인이 되었다는 점에서 개종의 역사이기도 하다. 그러나 회심 없이 종교를 바꾼 기독교는 기독교의 열매를 맺지 못한다. 여전히 과거 자신의 믿음을 따라 살 뿐 종교는 한낱 너울이나 형식일 뿐이다. 기독교 종교의 이름으로 원시적 샤머니즘을 따라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회심의 사람은 종교의 종류와 형식과는 상관 없이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라 성령의 능력에 힘입어 새 피조물이 된다.  마찬가지로 기독교 역사는 개종이 아니라 회심의 역사다. 그러므로 개종하려고 애쓰지 말고  회심하도록 힘써야 한다. 


오늘 회심이 아니라 개종의 신앙이 되려고 하는 유행이 기독교 신앙과 교회를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바울이 회심한 것처럼 철저하게 존재적으로 거듭나는 회심을 신앙의 목표이고 구원의 과정인 것을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처럼, 오직 기독교 종교로 개종하는 것이 구원인 것처럼 믿는 것은 교회의 재앙이 될 수 있다. 회심하지 않은 개종은 도리어 기독교 신앙의 본질을 개종자들이 지닌 종교적 혹은 가치적 관념들과 혼합시켜 타락시키기 때문이다. 회심 없는 기독교는 개종으로 자기 존재를 확장하려 하는 괴물이 될 수 있다. 회심 없는 기독교는 예수님께서 위선자들이라고 분노하셨던 그 사람들이 되고 말 것이다. 기독교 신앙은 개종이 아니라 회심이다.   

2015년 7월 19일

심용섭 목사 쓰고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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