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과 순결
“우리는, 저 많은 사람들처럼 하나님의 말씀을 팔아서 먹고 살아가는 장사꾼이 아닙니다” (고후2:17).
고린도 교회에게 보낸 바울의 두 번째 편지는 처절하다. ‘감당할 수 없을만큼’ 고통스러웠고, ‘살 희망조차 없어진’ 절망의 순간을 보냈으며, ‘죽음을 생각 할’ 정도로 탈진한 바울의 처절한 고백으로 편지를 시작했다. 이러한 감정의 탈진 상태는 고린도 밖에서만 겪었던 것이 아니라 사실 고린도 교회로터 받는 스트레스도 그만큼 컸다는 사실을 바울은 숨기지 않는다: “여러분에게 또 다시 아픔을 주지 않아야 하겠기에, 나는 여러분에게로 가지 않기로 결심하였습니다”(2:1). 첫번째 편지에서 약속했던 고린도 2차 방문을(고전 16:5-11) 포기하였던 것이다. 방문할 여건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만큼 고린도 교회의 분열상황은 심각했고, 바울에 대한 반감 또한 극심했음을 추측할 수 있다.
교회의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 것으로 보아 바울이 보낸 첫 편지는 고린도 교회의 상황을 개선시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바울도 자신의 첫 편지가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었다고 두 번째 편지에서 밝히고 위로한다: “나는 몹시 괴로워하며 걱정하는 마음으로, 많은 눈물을 흘리면서, 여러분에게 그 편지를 썼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여러분을 마음 아프게 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여러분을 내가 얼마나 극진히 사랑하고 있는지를 알려 주려고 한 것이었습니다.” 바울의 편지가 바울의 지지자들에게는 위로가 되면서도 바울의 편지에 자극받은 반대자들이 더 거세게 교회를 흔들어놓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자신이 세운 교회의 심각한 문제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극심하여 바울은 두번 째 편지에는고통의 감정이 절절하게 묻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수의 바울을 지지하는 교인들에 대한 사랑이기도 하다.
고린도 교회를 흔들어놓았던 사람들이 누구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이미 첫 편지에서 드러난 교회의 신비주의나, 세속적인 부도덕한 문화에 오염되어, 교회의 윤리적 의식이 마비된 것만 아니라, 외부에서 들어오는 거짓 사도들이 기존 교회의 믿음을 흔들고 교회 질서를 파괴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루살렘으로부터 온 사람들, 예루살렘 교회로부터 인증을 받은 선교사 등의 이름을 들고 나타나 유대교적 전통에 따른 기독교 신앙을 주장했던 일들은 바울이 자신의 편지에서 가장 예민하게 다루었던 문제다. 그들은 바울이 사도가 아니며, 예루살렘 교회는 바울을 사도로 인정한 바가 없다며, 바울이 세운 교회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고 바울의 신학도 인정하지 않았다. 그들이 실제로 예루살렘의 사도들에게 권한을 부여받아 온 사람들인지 아닌지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바울 서신에 등장하는 거짓 선지자들과 유대교 전통을 강조하면서 돌아다니는 전도자들이 바울이 세운 이방인 교회들을 어지럽혔던 것은 사실이다.
사진/ Franklin mountain, El Paso, Texas
오늘 날에도 교회가 내부적으로 정치적 파당을 지어 갈등하고,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거짓된 복음 때문에 혼란을 격는 현상은 흔한 일이다. 교리의 차이를 두고 일어나는 ‘이단’ 논쟁만이 아니라, 세속적 문화와 물질 소유 중심의 욕망 신앙들이 교회를 흔들고 믿음을 오도하여 교회를 타락시킨다. 이러한 교회 현상을 바라보며 바울처럼 애통하는 심정을 가지는 이가 얼마나 있을까? 바울은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애통했다. 교회 안과 밖에서 도전해오는 거짓과 맞서 고독하고 외로운 싸움을 할 수 밖에 없었던 바울을 공감할 수 있다면 감정이 흘러넘치는 그의 글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바울은 자신이 겪는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이기는 힘의 원천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아는 지식이라고 고백한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개선 행렬에 언제나 우리를 참가시키시고, 그리스도를 아는 지식의 향기를 어디에서나 우리를 통하여 풍기게 하시는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2:14). 바울에게 그 지독한 선교 전쟁은 예수 그리스도를 이해하는 지식을 위한 것이고, 이 지식이 그 고통스러운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원리임을 고백한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잘못된 지식은 죽음의 길로 가겠지만, 올바른 지식은 생명의 길로 가는 것임을 확신한다. 그래서 바울은 편지를 통해 바른 믿음을 갖도록 하려고 애통하는 마음으로 설득하는 것이다.
바울의 확신은 분명하다. 거짓 사도들은 복음에 온갖 잡것을 다 섞어서 이익을 얻는 장사꾼과 같다고 본다. 이는 예수님이 말씀하신 삯꾼 목자와 같은 것이다. 예수님은 거짓 목자들을 도둑들이라고 했고 삯꾼들이라고 했다 (요 10: 8, 10, 12). 거짓 사도와 거짓 목자의 출현은 예수님 이전이나 예수님 이후, 그리고 지금도 변하지 않는 인간 세상의 현상이다.
바울은 자신은 복음 장사꾼이 아님을 밝히고 가짜 사도, 복음 장사꾼들을 조심하라고 말한다: “우리는, 저 많은 사람들처럼 하나님의 말씀을 팔아서 먹고 살아가는 장사꾼이 아닙니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보내신 일꾼답게, 진실한 마음으로 일하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이 보시는 앞에서, 그리스도 안에서 말하는 것입니다” (2:17). 바울은 갈라디아 교인들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이렇게 썼다: “우리가 전에도 말하였지만, 이제 다시 말합니다. 여러분이 이미 받은 것과 다른 복음을 여러분에게 전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가 누구이든지, 저주를 받아야 마땅합니다” (1:9).
오늘도 예수의 이름으로 포장한 잡것들을 팔기 위해 호객하는 거짓 사도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를 위협한다.
2014년 3월 6일
'내일아침' 심용섭 목사 쓰고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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