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입견과 죄
2009년 4월 중순부터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 1억 이상의 가슴에 뜨거운 감동의 물결로 파도 치게 했던 한 사람이 있었다. 수잔 보일(Susan Boyle)이 그 주인공이다. 영국의 한 방송국이 방송한 TV 오디션 리얼리티쇼 ‘Britain's Got Talent 2009'에 출연한 수전 보일(Susan Boyle)이 보여준 6분 정도의 공연과 인터뷰는 전 세계인의 가슴에 감동의 물결로 출렁거리게 하였던 것이다.
백악관은 즉시 수잔을 대통령의 만찬에 초대했었다. 그러나 수잔은 정중하게 거절했었다. 그럼에도 백악관은 수잔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7월 미국 독립기념일 만찬에 초대하였고 수잔은 초대에 응하여 오바마 대통령의 만찬에서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영국의 작은 시골 마을에 살고 있었던 이름 없는 47세의 노처녀 수잔이 불과 두 달 사이에 신데렐라 공주가 되어 세계의 이목을 집중받았었다. 이 극적인 사건의 주인공인 수잔이 2년 전 9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줄곧 어머니를 봉양하며 한 번도 데이트를 해본 적이 없는 외로운 삶을 살았다는 이야기는 사람들의 연민을 받았다. 시골 교회의 찬양대원으로 찬양을 불러 왔던 수잔은 40년 이상 마음 속에 품어왔던 가수의 꿈을 이루게 되었다. 수잔은 이 무대에 출연하여 아름답고 섬세한 목소리와 대담하고 폭넓은 음역으로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I Dream a Dream’을 불렀다.
수잔이 노래를 시작하자마자 심사위원들은 입을 벌리고 다물지를 못했으며, 관중들은 환호를 하며 기립박수를 보내기 시작했다. 유명한 가수도 아니고, 처음으로 무대에 올라 노래를 막 시작하는 무명의 한 여인에게 온 세계 사람들의 가슴에 감동의 파도를 일으킨 원인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그의 노래, 가창력과 아름답고 섬세한 음색이었다. 그러나 노래의 한 소절도 지나지 않았는데 기립박수가 터져나온 배경은 그 자리에 참석한 청중과 심사위원들이 가졌던 수잔에 대한 선입견을 뒤집은 아름다운 배반(?) 때문이었다. 장난기 어린 미소와 함께 수잔이 노래를 시작하는 순간 드넓은 극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과 심사위원들은 사정없이 뒤통수(?)를 맞고 정신을 잃을 정도였다. 물론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그 영상을 수도 없이 반복해 보았었다. 볼 때마다 내 가슴이 감동의 망치로 사정없이 얻어맞았던 기억이 있다. 단 6분도 안 되는 그의 무대는 1억이 넘는 온 세계의 네티즌들을 감동에 멍하게 만들어버렸다.
수잔이 무대에 소개되는 순간 심사위원들과 관객들이 크게 실망하는 표정들이 카메라에 잡혀 영상으로 보여졌다. 머리는 빗지도 않은 것처럼 멋대로 헝클어져 있었고, 몸매는 뚱뚱하며 옷은 촌스럽고 걸음은 남자처럼, 얼굴은 여성으로서의 매력(?)을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심사윈원들이 질문하고 대답하는 인터뷰에서 보여주는 수잔의 촌스럽고 품위 없는(?) 몸짓에 심사위원도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관객들의 표정도 입을 삐죽거리며 멸시하는 눈초리도 보여준다. 이렇게 외모로 보여진 수잔의 촌스러운 모습을 없수이 여겼던 사람들이 수잔이 노래를 시작하자마자 얼이 빠져버리고 말았다. 그들은 수잔이 노래를 부르는 몇 분 동안 박수와 환호를 멈추지 않았다.
노래가 끝나고 세 명의 심사위원들이 평을 할 때 그들의 말은 마치 고해성사를 하는 것처럼 들렸다. 수잔이 무대에 오를 때부터 노래를 시작하기 전까지 심사위원이나 관객 모두 한 마음으로 수잔을 멸시하고 무시했다. 오직 외모 한 가지로… 오직 노래를 하기 위해 올라온 사람에게 말이다. 노래를 부르기도 전에 얼굴과 옷차림새로 무시해버렸던 것이다. 그러나 불과 몇 분 사이에 자신들의 선입견이 얼마나 여지 없이 부서져버렸는지 그들은 정신을 잃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들은 이내 자신들의 미안함, 죄책감을 환호와 박수와 기립의 예절로 씻으며 수잔에게 용서를 구했다. 심사위원들은 자신들이 가졌던 선입견을 부끄러워한 만큼 수잔을 극찬했다. 수잔의 아름다운 노래만이 아니라 이러한 과정이 한데 어우러져 6분이 못되는 시간 동안 전 세계의 가슴 속에 회개의 눈물을 흘리게 했다.
사람이 갖는 피하지 못하는 한계 중 하나가 선입견이다. 눈으로 보이는 것만 보고, 자신의 가치와 기준으로 다른 대상을 판단하는 선입견은 인간의 뿌리 깊은 죄성 중 하나이다. 이스라엘의 초대 왕 사울에 이어 다윗이 왕으로 기름부음을 받을 때 사무엘은 다윗의 첫번 째 형인 ‘엘리압’의 용모가 준수함을 보자 이 사람이 왕이 될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하나님은 사무엘에게 이렇게 말씀하신다; “너는 그의 준수한 겉모습과 큰 키만을 보아서는 안 된다. 그는 내가 세운 사람이 아니다. 나는 사람이 판단하는 것처럼 그렇게 판단하지는 않는다. 사람은 겉모습만을 따라 판단하지만, 나 주는 중심을 본다.” (표준새번역 삼상 16:7).
바울은 고린도 교인들에게 보낸 두 번 째 편지에서 그리스도인을 질그릇으로 말하며 그러나 그 안에는 보석이 담겨 있다고 말한다 (고후 4:7). 그릇이 얼마나 화려하냐가 아니라 그릇에 담긴 내용물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교훈이다. 물론 그릇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담긴 내용이다. 내용을 보기 전까지 겉만 보고 선입견을 갖는 것은 위험하다.
이와 같은 가르침을 받고 배우면서도 우리는 종종 겉모습으로 모든 것을 판단해버리는 실수를 하곤 한다. 그래서 피상적인 삶에 익숙하게 된다. 깊이는 없고 얄팍한 포장만 보고 내용은 묻지 않는다. 신앙에서도 이러한 현상들은 너무 자주 보는 것 같아 고통스럽다. 이른바 ‘묻지마 신앙’이다.
요한복음은 예수님을 만나보라는 빌립의 권면에 나다나엘이 ‘갈릴리에서 무슨 선한 것이 나겠느냐?’며 지역적 편견을 드러내는 장면을 증언한다. 사실 예수님은 선입견을 가진 사람들에게 외면 받고 마침내 십자가에서 죽으셨다. 더러는 예수님의 가르침 내용을 보고 메시야요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고백했지만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사렛 촌놈으로 멸시했다. 그러나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 이후 가슴을 치며 자신들의 죄를 회개하기 시작했다. 이 것이 기독교 신앙의 시작이다.
수잔(Susan Boyle)은 단 6분의 영상으로 전 세계 1억 이상의 사람들에게 선입견의 죄를 깨닫게 해 주었다.
2013년 10월 22일
'내일아침' 심용섭 목사 쓰고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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