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열정
‘뜨거운 가슴, 냉철한 머리’라는 말이 있다. 인격 형성에서도, 학문을 하는 자세에서도 이 점은 중요하며, 무엇보다 신앙에서 이러한 성품은 더더욱 중요하다. 냉철한 머리를 강조하는 것은 이성이고, 뜨거운 가슴을 강조하는 것은 감정이다. 냉철한 이성은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분석과 판단을 통해 거짓을 걸러내고, 실수를 줄이며, 참된 이치를 발견하고 이해하는 과정에 작동하는 사람의 생각하는 능력이다.
뜨거운 감정은 기뻐하고 사랑하며 행복하여 가슴이 뛰고 주체할 수 없어 노래하고 시를 쓰며, 그림을 그리고 춤을 추며 몸으로 표현하게 하는 힘이다. 분노하여 화를 내고 슬퍼하며, 두려워하고 의기소침하거나 흥분하며 몸을 떨게 하는 힘이다. 힘은 에너지를 뜻한다. 그래서 감정이 슬픔과 같은 의기소침한 상태가 될 때 몸이 식어지고 힘이 없어서 몸을 가누기가 어려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와는 반대로 흥분하고 분노하며 기뻐하고 행복하여 가슴이 뛰면 힘이 솟아나 펄펄 날 것 같은 상태를 경험할 수 있다. 이렇듯 감정은 사람의 행동을 추진하는 엔진과 같은 것이다.
이러한 감정의 작동상태를 ‘열정’(熱情/passion)이라고도 한다. 사람을 평가할 때 ‘열정적인 사람’ 혹은 ‘일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사람’ 등으로 말하는 것은 부지런하고 열심이 있다는 성품을 나타내는 것이다. ‘열정’이라는 성품을 나타내는 말은 전적으로 감정의 방향과 감정이 내뿜는 에너지의 양을 뜻한다. 신앙에서도 이 ‘열정’ 즉 감정의 방향과 에너지의 양은 대단히 중요하다.
신앙인을 평가할 때에도 ‘열정적 신앙’이 있는가 하면 ‘냉냉한 신앙’도 있다. 믿음이 뜨겁다는 말을 하기도 하며, 믿음이 식었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믿음은 하나님을 아는 지식과 하나님의 진리를 배우고 받아들여 신뢰할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계명,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 배운 진리를 지켜 행하는 것이 본질이다. 배우고 이해하며 받아들이는 과정을 이성의 영역이라 할 수 있다면, 깨닫고 신뢰한 내용을 행하고 따르며 지키는 행동은 감정의 영역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깨닫고 받아들이는 이성적 활동에도 감정은 작용하며, 행하고 지키고 따라가는 실천적 과정에서도 이성은 계속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분석과 판단으로 행동을 조절한다. 이성과 감정이 긴밀하게 대화를 해야 한다. 그러나‘열정’ 없이는 열심과 부지런한 신앙의 역동을 기대하기 어렵다.
‘열정’은 감정의 방향과 에너지의 양으로 결정한다. 이 에너지의 방향에 따라 거룩한 열정이 될 수도 있고 죄악의 열정이 될 수도 있다. 양에 따라 열정이 있거나 식거나 한다. 죄에 대하여 분노하고 악을 미워하는 에너지는 하나님의 뜻과 의를 따르는 거룩한 열정으로 나타날 수 있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물질을 차지하거나 권력을 얻으려는 집착은 악마의 유혹을 따라 죄를 짓는 악의 열정이 될 수 있다. 사람은 이 둘 중 한 길을 간다. 진리를 배우고 이해하여 따르는 삶의 가치를 추구하는 열정이 있는가 하면, 인간의 죄의 본성인 욕망과 이기심에서 불뿜듯 나오는 감정의 에너지, 허영심, 시기심과 질투심이 충동하는 방향으로 에너지를 발산하며 사람을 해롭게 하는 열정이 있다.
감정의 에너지인 ‘열정’이 단순히 성품적 특성이 아니라 거룩한 신앙의 힘이 되려면 성령의 세례를 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 인간이 지닌 감정에는 원죄를 지은 두려움이 자리하고 있다. 존재적 불안이다. 이 두려움과 불안이 공격 에너지로 분출된다. 이 에너지가 성령의 세례를 받으면 하나님을 향한 두려움으로 바뀌고 세상으로부터 오는 불안을 극복하고 평화를 누리게 된다. 감정에 출렁이고 있는 분노 에너지가 성령의 세례를 받고 나면 불의한 세상에서 하나님의 의를 지키며, 죄에 대한 의로운 분노로 죄를 극복하고 부조리한 질서를 고치는 열정으로 나타난다. 미움과 질투의 감정이 성령의 세례를 받으면, 진리를 배우고 신앙의 열매를 맺는 일에 부지런한 열정이 된다. 결국 이 열정이 신앙의 성품이 되는 것이다.
세례받은 신앙의 열정은 애통하는 감정을 우울한 자기 비하나 다른 이에 대한 냉소로 에너지를 쓰지 않고, 죄에 대한 애통, 불쌍한 이웃에 대한 동정심, 고통받는 이에 대하여 같이 마음 아파하게 되는 데 이는 하나님을 섬기는 사람이 갖는 성품이다(잠 14:31). 예수님은 애통하는 자가 복이 있고 불쌍하고 어려운 사람을 불쌍히 여겨주는 사람이 복이 있다고 가르치셨다(마 5:4, 7). 열정이 없이는 애통하는 사람과 함께 애통하며, 불쌍한 사람과 함께 자기 것을 나눌 수 없다.
요한계시록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여 보자 “귀가 있는 사람은, 성령이 교회들에 하시는 말씀을 들어라.” “나는 네 행위를 안다. 너는 차지도 않고, 뜨겁지도 않다. 네가 차든지 뜨겁든지 하면 좋겠다. 네가 이렇게 미지근하여, 뜨겁지도 않고 차지도 않으니, 나는 너를 내 입에서 뱉어 버리겠다”(계3:13, 15-16). 진리를 지키며 실천하고 행동하는 신앙의 열정이 없음을 책망하는 말씀이다.
열정(熱情/passion) 없는 신앙은 신구약 성경을 달달 외우고, 교리와 세상의 모든 신학, 신앙서적을 다 읽는다 해도 아무 유익이 없을 수 있음을 아는 것은 참 지혜다. 그렇다면 이제 모든 그리스도인은 스스로 영성, 영적 성품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당신의 열정, 감정의 에너지가 어디를 향하여 얼마나 쏟아지고 있는가? 감정의 에너지를 살피며 방향과 에너지의 양과 질을 살피는 일은 신앙의 성품을 이해하는 중요한 척도다. 에너지의 절대적 방향과 에너지의 절대적 양과 질, 그것이 곧 신앙이기 때문이다. 당신의 에너지 주된 방향과 에너지가 가장 많이 쏠리는 양과 질을 살펴보면 당신의 신앙이 보인다.
2013년 6월 20일
'내일 아침'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