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께 맡기고 살기
교회를 다닌 사람들은 누구나 ‘주님께 맡겨’라는 말에 익숙할 것이다. 삶에서 피할 길 없이 만나는 근심과 걱정은 주님께 다 맡기고, 그 걱정거리나 두려움을 잊으라는 말로 이해하는 경우가 대부분일텐데, 이렇게 믿는 사람들에게 ‘내 모든 시험 무거운 짐을 주 예수 앞에 아뢰이면 근심에 싸인 날 돌아보사 내 근심 모두 맡으시네’ 하는 찬송가 가사가 인상깊게 마음에 새겨져 있을 것이다.
마태복음 11:28-29은 예수님의 가르침을 이렇게 전한다. “수고하며 무거운 짐을 진 사람은 모두 내게로 오너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겠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한테 배워라. 그리하면 너희는 마음에 쉼을 얻을 것이다.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 이 말씀은 모든 사람이 힘들고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존재라고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길이 없어서 그리스도께로 나오라고 가르치는 것이다. 그런데 이 가르침이 그리 간단하지 않은 것은 그리스도께 와서 무조건 그 짐들을 내려 놓으면 된다고 가르치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맡기고 살라’는 말을 반복하면서도 그렇게 살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나는 스스로 자기를 힘들게 하는 짐이 무엇인지를 모르며,무엇이 무거운 짐인지를 분별하지 못하니 스스로 그 짐을 내려 놓을 수도 없을 뿐 아니라, 무조건 자기 생각대로 내려 놓는다 하지만 이 것은 예수님의 가르침과는 다르기 때문에 아무 의미가 없게 된다.
예수님은 무거운 짐을 지고 고생하는 인생을 초청하시고 짐이 가벼워지게 될 것이라고 약속하셨지만 조건이 있다. 그것은 그리스도의 멍에를 메고 그리스도를 배우라는 것이다. 예수님의 멍에를 메어야 하고, 예수님의 가르침을 배워야 그 약속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인생의 무거운 짐은 내려지지도 않을 뿐 아니라, 맡겨지지도 않으며, 가벼워지지도 않을 것이다. 이 것이 예수님의 가르침이 우리에게 주는 조건이다.
짐을 내려놓는 일이 쉬운 일 같은가? 쉬울 것 같으면 예수님께서 인생의 짐에 대하여 말씀을 꺼내지도 않으셨을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을 힘들게 하는 짐들이 무엇인지 그 정체를 알고 있을까? 이 역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깨닫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남의 다리 긁는다’는 말처럼 엉뚱한 짐을 붙들고 씨름하게 된다. 자기 인생의 무거운 짐을 쉽게 알 수 있을 것 같으면 예수님께서 당신에게서 배우라고 말씀하시지 않으셨을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좋은 영적 성품을 갖기 원한다면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즉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배워 자기 자신의 인생에 가장 큰 짐이 무엇인지를 발견하고 이해하며, 그 짐을 내려놓고 자신의 인생을 주님의 멍에를 메고 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 것이 진정으로 ‘주님께 맡기는 영성’이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 오너라.”(마 16:24, 막 8:34) “누구든지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오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눅 14:27) 기독교인이 되면, ‘맡기고 살라’는 말보다 더 많이 듣게 되는 ‘자기 십자가를 지고 따르라’는 가르침이다. 자기 자신을 십자가에 못박아 죽이라는 가르침이다. 이 가르침에 철저하게 응답한 이가 바울이다. 그의 고백을 들어보자; “나는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박혔습니다. 이제 살고 있는 것은 내가 아닙니다.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서 살고 계십니다. 내가 지금 육신 안에서 살고 있는 삶은, 나를 사랑하셔서 나를 위하여 자기 몸을 내어주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살아가는 것입니다”(갈 2:20).
바울의 이 고백은 “내 멍에를 메고 나한테 배워라. 그리하면 너희는 마음에 쉼을 얻을 것이다.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라는 가르침과 “자기를 부인하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 오너라” 하는 말씀을 완벽하게 소화한 내용이다. 그러면 무엇을 내려 놓아야 하며, 무엇을 십자가에 못 박아야 하는가? 그것은 우리 자아 전체다. 이래서 내려놓고 맡긴다는 말이 어려운 것이다. 바울의 고백처럼 자기는 없고 오직 그리스도가 자기 안에서 살아가는 삶이 인생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것이며, 자기 십자가를 지는 것이고, 그리스도의 멍에를 메는 삶이다. 이 것이 기독교인의 거룩하고 온전한 삶이고 영성이다. 그리스도의 멍에를 멜 준비가 되셨는가? 그러면 맡기는 삶을 시작할 수 있다.
2013년 6월 16일
'내일 아침'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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