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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Wrong Way

Wrong Way

 

한국서 엘파소로 와서 가장 기뻤던 것 중 하나는 운전하는 일이었습니다. 복잡하지 않은 길을 운전하는 것도 편하고 즐거웠고 널찍한 주차장에서 주차하는 즐거움도 컸습니다. 네거리에서 신호등이 없어도 결코 혼란이 없는 점, 규칙과 양보를 통해 질서가 잘 지켜지는 경험을 통해 감격한 일이 한 두 번 아니었습니다. ‘! 양보를 해도 되는구나하며 운전 중 양보하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약속들을 모두가 다 지키는구나하는 경험을 할 때면 감동이 되어 눈믈이 나기도 했습니다. 서울에서 전쟁하듯이 운전하던 경험에 비하면 천국 같은 기쁨이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신경 쓰지 않아도 되었던 일들에 익숙하지 않아 익숙해지기 까지 적잖게 힘들었습니다. 그것은 길 가에 세워진 교통 표지판을 식별하는 일이었습니다. 서울에서 운전을 할 때 신호등만 잘 보면 되었는데 여기서는 그것만으로 되지 않았습니다. 신호등만이 아니라 신호등이 없는 곳에서는 다양한 표지만을 잘 식별해야 했습니다. 종종 신호등이 없는 교차로에서 한국에서 운전하던 습관대로 그냥 통과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스탑 사인’(Stop)입니다. 다행이 티켓을 받은 적은 없지만 한 동안 익숙해지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던 경험이었습니다. 

 

또 한가지 어려웠던 표지판은 ‘Wrong Way’였습니다. 사실 단어는 알아도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려움이었습니다. 이 표지판은 혹시나 길을 오해하여 역주행을 할 위험이 있는 곳에 서 있습니다. 그러니 역주행 방지용이라 하겠습니다. 한국에서도 가끔 고속도로에서 이런 사고가 발생합니다. 고속도로에서 나오다가 잘못하여 반대방향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생깁니다. 운전자의 착각과 길을 복잡함 때문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이 표지판을 이해한 뒤 신앙에도 역주행하는 사고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해하거나 잘못 알아서 길이 아닌 길을 들어가거나 아니면 반대 길로 들어가는 경우가 신앙생활에서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기독교 신앙은 성경을 바탕으로 예수님의 가르침을 배워 그 길을 가는 것이라고 우리는 고백합니다. 그러나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그 길을 배우지 않아서, 또는 잘못 알아서 신앙의 역주행을 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옛 어른들은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마라하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 말이 나온 배경은 틀림 없이 가서는 안 되는 길을 가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싶습니다. 오늘 알면서도 또는 몰라서 신앙의 역주행을 일삼는 사람들이 많아보입니다. 역주행은 끔찍한 사고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오늘 교회 안팎으로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는데 많은 원인들 중 하나는 역주행의 신앙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예수님도 좁은 길과 넓은 길에 대하여 말씀하시면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멸망의 길로 달려가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셨습니다. 사람들은 당장 쉬운 길을 가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좁은 길은 피합니다. 그런데 망하는 길인 줄 알면서도 편하고 당장 쉬운 길로 들어섭니다. 끔찍한 사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합니다. 이 것이 오늘 인간실존이 보여주는 비극이라 생각합니다.

 

오늘 교회는 신앙의 길에, 하늘 가는 길에 ‘Wrong Way’ 표지판을 잘 세워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성경에는 잘못된 길에 대한 경고로 가득합니다. 그런데 오늘 교회에서 그 경고판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위험한 곳에는 반드시 ‘Wrong Way’ 경고판을 두어야 합니다. 그런데 온통 OK 사인만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사실 잘못해도 칭찬받고 싶어하지요. 잘못된 길을 가도 잘 간다는 말을 듣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속고 싶은 본능이 있다는 말도 하고 사람들은 자기가 듣고싶어하는 말만 들으려 한다는 말도 하지요 이 모두 인간이 지닌 죄의 속성을 말해주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죄악된 세상에서 예언자가 되어야 할 교회가 온통 OK 표지판만 세워둔다면 잘못된 길로 가서 일어나는 사고와 비극은 어찌할 것이며 미리 경고하고 알려주지 않아 몰라서 당하는 이들을 누가 구할 것입니까?   

 

오늘 교회는 OK 표지판을 남발하지 말고 ‘Wrong Way’ 이나 'Stop' 표지판도 잘 세워 신앙의 역주행을 미리 막을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해야 합니다.

 

 

2013년 9월 8일

'내일 아침' 심용섭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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