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감사함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은 기독교 신앙에 입문한 사람이면 누구나 익숙한 구절이다. 이 구절은 바울이 데살로니가 교인들에게 보낸 첫 편지에서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give thanks in all circumstances)(살전 5:18)라고 했던 권면이다. 이 권면이 기독교 신앙인으로 살아가는 바른 태도를 가리키는 대표적 구절이 되었다. 모든 일에서 감사할 줄 아는 태도가 기독교 신앙인의 성품임을 말하는 것이다.
바울의 이 권면,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를 이해하려면 먼저 데살로니가 교인들에게 보낸 편지 서두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바울은 편지 서두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우리는 여러분 모두를 두고 언제나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는 기도할 때에 여러분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많은 환난을 당하면서도 성령께서 주시는 기쁨으로 말씀을 받아들여서, 우리와 주님을 본받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살전 1:5-6). 이 구절을 통해 데살로니가 교인들을 향한 바울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 바울은 데살로니가 교회를 생각할 때마다 하나님께 감사한다는 사실 때문인데, 그것은 그들이 고통과 환난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복음을 기쁨으로 받아들이며 믿음을 흔들리지 않고 지켰기 때문이다. 바울 말한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에서 ‘모든 일’은 데살로니가 교인들이 겪었을 환난과 같은 어려운 환경을 뜻함이 분명하다.
데살로니가 교인들이 겪었을 고통스러운 환난은 무엇이었을까? 바울은 이 사실도 우리에게 친절하게 알려준다. “여러분은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유대에 있는 하나님의 교회들을 본받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들이 유대 사람에게서, 고난을 받은 것과 같이, 여러분도 여러분의 동족에게서 똑같은 고난을 받았습니다. 유대 사람은 주 예수와 예언자를 죽이고, 우리를 내쫓고, 하나님을 기쁘게 해 드리지 않고, 모든 사람에게 적대자가 되었습니다. 그들은 우리가 이방 사람에게 말씀을 전해서 구원을 얻게 하려는 일까지도 방해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그들은 자기들의 죄의 분량을 채웁니다. 마침내 하나님의 진노가 그들에게 이르렀습니다” (살전 2:14-16).
바울은 데살로니가 교인들이 유대인들로부터 받게 된 고통을 격정적으로 증언하고 있다. 아마 그가 유대교에서 기독교인으로 개종했을 때 겪었을 고난을 떠올리며 데살로니가 교인들의 고난에 공감하고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데살로니가 교인들에게 거듭 거듭 ‘감사하다’는 표현은 바울의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표현이지 형식적인 편지투는 아닌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모든 조건에서 감사하라’는 권면은 데살로니가 교인을 향한 권면인 동시에 자신 스스로의 고백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면 어떤 감사인가?
초대교회에서 유대인이 기독교인이 되는 것은 같은 유대인으로부터 배신자라는 눈총 정도가 아닌 적대적인 공격을 받아야 했다. 특히 디아스포라 유대공동체, 이민공동체는 소수공동체로서 이러한 갈등이 주는 긴장도는 매우 높은 법이다. 그래서 바울이 전한 그리스도의 복음을 받아들이고 지키는 일은 견디기 어려운 고난을 감내해야만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바울은 믿음을 지키기 위해 받는 고난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지를 말한다. ‘감사하라’는 것이다.
바울은 데살로니가 교인들이 겪었을 고난을 온 몸으로 겪어온 사람이다. 그의 육성을 들어보자; “유대 사람들에게서 마흔에서 하나를 뺀 매를 맞은 것이 다섯 번이요, 채찍으로 맞은 것이 세 번이요, 돌로 맞은 것이 한 번이요, 파선을 당한 것이 세 번이요, 밤낮 꼬박 하루를 망망한 바다를 떠다녔습니다. 자주 여행하는 동안에는, 강물의 위험과 강도의 위험과 동족의 위험과 이방 사람의 위험과 도시의 위험과 광야의 위험과 바다의 위험과 거짓 형제의 위험을 당하였습니다” (고후 11:24-26). 바울은 그럼에도 진리의 복음을 증거하고, 진리를 따라 믿음을 지키는 일이 감사한 것이다. 데살로니가 교인들에게 보내는 감사의 찬사는 모두 바울의 심정과 일치하는 것이다. 진리의 편에 섬으로써 겪게 되는 모든 고난은 실패가 아니라 자랑스러운 승리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에 동참하는 것이며, 그리스도의 부활에 동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떠한 환경에 처하여 있더라도 감사하며 사는 일은 훌륭한 덕목이며 감사하는 긍정적 자세는 심리적으로 강화되어 고난을 이기는 힘이 된다. 그러나 이는 종교적 힘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할 수 있는 도덕적 훈계나 심리적 강화를 위한 말이 될 수 있다. 바울이 말한 ‘모든 일에 감사하라’는 말은 심리적 효과 그 이상이다. 그것은 진리를 지키고, 믿음을 행하며 겪게 되는 불의의 공격과, 회유, 어둠의 세력이 유혹하여 배교하고 믿음을 저버리도록 힘을 행사하는 환경에서 그 고난이 도리어 진리의 순결함을 드러내는 것임을 감사하는 것이다. 이 것이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과 일치하는 거룩함이다. 이 일을 감사하는 것이다.
바울은 자신의 거룩한 소원을 이렇게 말한다; “내가 바라는 것은, 그리스도를 알고, 그분의 부활의 능력을 깨닫고, 그분의 고난에 동참하여, 그분의 죽으심을 본받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나는 어떻게 해서든지, 죽은 사람들 가운데서 살아나는 부활에 이르고 싶습니다” (빌 3:10-11). 바울의 감사는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에 동참하는 일이다.
이와 같은 뜻에서 바울이 말하는 ‘항상 기뻐하라’와 ‘모든 일에 감사하라’는 말은 같은 뜻이 된다. 이 기쁨과 감사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진리에 대한 확신과 신뢰로부터 오는 신앙인 것이다.
2013년 8월 13일
'내일 아침'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