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은혜와 사랑
‘하나님의 은혜’라는 말은 기독교 신앙의 진수(essence)를 드러내는 표현이다. ‘하나님의 은혜’라는 말을 사용할 때는 언제나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기억하며 우리 자신이 죽어야 할 십자가를 기억하고 그리스도의 죽음을 통해 얻게 된 구원의 은총을 기억하는 것이다. 바울은 로마서에서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하나님의 은혜를 연결시킨다; “그러나 사람은,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얻는 구원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은혜로 값없이 의롭다는 선고를 받습니다” (3:24). 사도 요한은 그의 첫 편지에서 다음과 같이 고백한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셨습니다. 이것으로 우리가 사랑을 알게 되었습니다”(요일 3:16).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이 우리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알게 해 주었다는 고백이다. 요한은 계속하여 증언한다;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에게 이렇게 드러났으니, 곧 하나님이 자기 외아들을 세상에 보내주셔서 우리로 하여금 그로 말미암아 살게 해주신 것입니다” (요일 4:9). 하나님의 은혜는 우리가 죄를 씻고 하나님의 자녀로 다시 살게 된 사실인데, 이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신 사건을 통해 알게 된 하나님의 사랑을 뜻한다.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는 언제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과 연결된다.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알게 되었다는 초대교회의 고백을 오늘도 우리는 고백한다. 바울은 고린도 교회에 보내는 편지를 쓸 때 이렇게 인사를 한다; “나는 여러분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받은 하나님의 은혜를 생각하고, 여러분의 일로 언제나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고전 1:4). 기독교는 예수 그리스도 십자가 안에서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발견한다. 하나님의 사랑과 그 은혜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래서 기독교 신앙에서 “그리스도를 통하여”(through)와 “그리스도의 안에”(in) 라는 말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리스도 십자가는 예수 그리스도의 전 일생과 가르침, 그리고 사역의 모든 내용이 응축된 상징이다. 그리고 그 십자가는 하나님께서 이 세상과 사람들을 구원하시는 도구이고 통로가 된다. 그래서 기독교 신앙은 예수 그리스도 십자가로 통해야만 하고, 그 십자가 아래 있어야 하며, 그 십자가로 검증되어야만 한다. 이 십자가를 피하여서는 기독교 신앙이 성립될 수가 없다.
십자가, 책임
초대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죽음을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으로만 증거하지 않았다. “우리를 위하여” 혹은 “우리 대신하여”라는 표현을 통해 그 십자가의 대속과 속량이 우리의 책임으로 나타남을 드러내었다. 바울은 고린도 교회에 보낸 첫 편지 6:20에서 이렇게 권면한다; “여러분은 하나님께서 값을 치르고 사들인 사람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의 몸으로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십시오.” 이는 대속의 은혜를 입고 속량의 은총을 입은 사람들에게 대한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다. 속량과 은총이라는 말은 책임의 다른 표현이다. 자기 목숨을 지불하고 산 분에 대하여, 자신의 외아들의 죽음으로 맞바꾼 하나님과 그 은혜를 입은 사람들 사이에는 은혜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희생하신 분에 대한 감사와 찬양, 그리고 구원받아 새 삶을 사는 책임이 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으로서 또는 하나님의 자녀와 백성으로서 이 세상에 살 때 구원 이전보다 삶에 대한 책임이 더 크다. 베드로서의 증언을 들어보자; “억울하게 고난을 당하더라도 하나님을 생각하면서 괴로움을 참으면, 그것은 아름다운 일입니다. 죄를 짓고 매를 맞으면서 참으면, 그것이 무슨 자랑이 되겠습니까? 그러나 선을 행하다가 고난을 당하면서 참으면, 그것은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아름다운 일입니다. 바로 이것을 위하여 여러분은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여러분을 위하여 고난을 당하심으로써 여러분이 자기의 발자취를 따르게 하시려고 여러분에게 본을 남겨 놓으셨습니다” (벧 2:19-21). 그리스도의 고난과 십자가를 그리스도인들이 따라갈 길이라고 말하는 이 말씀은 은혜는 철없는 아이처럼 기쁘게 뛰놀라는 뜻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십자가 피만큼 책임을 지는 것을 뜻한다.
2013년 9월 20일
'내일아침' 심용섭 목사 쓰고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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