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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1부

십자가, 성만찬

십자가, 성만찬

 

교회는 초대교회 때부터 성만찬 예전을 예배의 중요한 요소로 지켜왔다. 이는 예수께서 십자가의 고난과 죽음을 앞두고 제자들과 유월절 식사를 나누면서 나를 기억하라고 명령하신 뜻을 받드는 것으로서, 교회가 그리스도의 이 명령에 순종함으로써 그리스도 십자가 죽음을 신앙적으로 고백하는 성례전으로 자리잡았다.

  

누가복음은 유월적 식사를 이렇게 증언한다 (22:19); “예수께서는 또 빵을 들어서 감사를 드리신 다음에, 떼어서 그들에게 주시고 말씀하셨다. ‘이것은 너희를 위하여 주는 내 몸이다. 이것을 행하여 나를 기억하여라.'” 이는 성만찬 예식 때 성만찬 제정의 근거로 고백하는 구절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죽음은 성만찬 예전을 통해 그리스도인들에게 그리스도의 살과 피로  생생하게 전달된다. 이 성만찬에 참여함으로써 교인들은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주는 은혜를 경험한다.

  

교회는 성만찬예전을 예배 속에 지켜오면서 그리스도 안에 새로운 피조물로서의 교회 정체성을 지켜왔다. 지금도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고난과 죽음을 통해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어가는 자기 정체성을 성만찬을 통해 표현한다. 그리스도의 살을 먹고 피를 마신다는 이 엄청난 고백을 통해 교회는 그리스도의 살아있는 몸임을 고백하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죽음을 기억하는 성만찬이 유월절 식사를 하는 중에 제정되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월절은 이스라엘 민족의 최대 절기다. 이스라엘이 모세의 인도를 받아 이집트의 노예 신분에서 탈출하는 날 밤을 기억하는 것이며, 유월절 식사는 그 날 밤 먹었던 식사를 재현하며 유월절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것이다. 유월절을 제정한 출애굽기 12:11-14은 이렇게 기록되었다; “너희가 그것을 먹을 때에는 이렇게 하여라. 허리에 띠를 띠고, 발에 신을 신고, 손에 지팡이를 들고, 서둘러서 먹어라. 유월절은 주 앞에서 이렇게 지켜야 한다. 그 날 밤에 내가 이집트 땅을 지나가면서, 사람이든지 짐승이든지, 이집트 땅에 있는 처음 난 것을 모두 치겠다. 그리고 이집트의 모든 신을 벌하겠다. 나는 주다. 문틀에 피를 발랐으면, 그것은 너희가 살고 있는 집의 표적이니, 내가 이집트 땅을 칠 때에, 문설주에 피를 바른 집은, 그 피를 보고 내가 너희를 치지 않고 넘어갈 터이니, 너희는 재앙을 피하여 살아 남을 것이다. 이 날은 너희가 기념해야 할 날이니, 너희는 이 날을 주 앞에서 지키는 절기로 삼아서 영원한 규례로 대대로 지켜야 한다.”

   

유월절은 양의 피를 문설주에 바른 이스라엘 집 사람들이 죽음으로부터 구원을 받았다는 역사적 사건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명절인데, 이 명절을 기념하는 식사를 통해 예수께서 당신을 기억하고 기념하도록 성만찬 예전을 제정하셨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유월절이 주는 출애굽의 의미, 죄악된 땅으로부터 해방과 자유를 얻어 하나님 백성들의 공동체로 다시 태어난다는 출애굽의 의미가 유월절 식사를 통해 성만찬 예전으로 계속하여 이어지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과 연합하고 있다는 점을 중요하게 이해하여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피와 살을 먹음으로써 죄와 억압, 고통과 슬픔의 역사로부터 해방을 얻고 자유를 얻는 새로운 피조물의 공동체 교회가 탄생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성만찬은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죽음, 그의 살과 피를 우리에게 나누어줌으로써 새로운 출애굽, 새로운 구원, 새로운 유월절이 우리 안에서 실현되는 하나님의 구원 사건이다. 교회는 성만찬 예전을 통하여 출애굽에서 시작된 하나님의 구원 역사가 그리스도 예수의 십자가를 통해 성취되고 있음을 고백한다. 그러므로 성만찬예전은 출애굽을 통해 보여주셨고,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해 완결하신 하나님의 구원 역사를 고백하고 드러낸다.

  

성만찬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피조물이 하나가 되는 연합을 뜻한다. 그리스도의 피와 살을 함께 나누어 먹고 마신 사람들의 공동체는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요 자매이며 그리스도의 몸에 한 부분을 이루는 지체들이다. 성만찬 예전을 교회가 지켜야 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여기 있다. 성만찬을 교회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해주며,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을 이루어야 하는 연합체임을 고백하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성만찬을 통해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한 몸을 이루는 연합체임을 고백하는 원천이 된다. 바울은 교회를 그리스도와 연합하는 것으로 이해하였고 그 원리는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우리 자신이 못박아 죽었고, 다시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태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6:4-5). 성만찬이 그리스도의 피와 살을 나누어 먹은 사람들이 그리스도의 몸에 연합한다는 의미는 곧 십자가의 의미를 드러내는 것이다. 바울은 성만찬의 의미를 이렇게 증언한다; “우리가 축복하는 축복의 잔은, 그리스도의 피에 참여함이 아닙니까? 우리가 떼는 빵은, 그리스도의 몸에 참여함이 아닙니까? 빵이 하나이므로, 우리가 여럿일지라도 한 몸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모두 그 한 덩이 빵을 함께 나누어 먹기 때문입니다” (고전 10:16-17).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함께 죽어 그리스도에 연합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지며, 성만찬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피와 살을 나누어 먹고 마시는 사람들이 그리스도의 한 몸을 이루는 지체가 되는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교회가 존속하는 한, 십자가와 성만찬은 함께 지켜져야 한다. 성만찬만큼 십자가의 의미를 보존하는 의식은 없으며, 성만찬만큼 교회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드러내주는 예배의식은 없다.

 

2013년 9월 24일

'내일아침' 심용섭 목사 쓰고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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