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 불법신앙
위조 불법신앙
이민법원 국선변호실에서 전화가 왔다. 20대 초반 한국 청년이 연방법원에서 재판을 받아야 하는데 변호사가 피고인과 대화를 할 수 없어 통역을 부탁하는 전화였다. 한국청년이 어떻게 체포되어 이민법정도 아닌 연방법원의 법정에 서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찌하여 변호사와 통화가 불가능한지, 영어를 전혀 못하기 때문인지… 당장 법정에서 재판을 받아야 하는데 궁금한 게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만나서 물어보기로 하고 약속한 날짜에 교회 권사님 한 분과 변호인 사무실로 갔다.
약속한 날짜는 재판 당일이었다. 변호사와 함께 연방법원으로 가 피고인 대기실에서 변호사와 함께 젊은 한국 청년을 만났다. 머리는 빡빡 밀었고 수갑과 발목에 쇠사슬을 연결하여 묶인 채 파리한 얼굴로 유리를 벽을 사이에 두고 대화를 시작했다.
나는 죄목을 적어놓은 조서를 읽으며 교회 권사님과 함께 대화를 도왔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청년은 영어를 이해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마치 영어를 모르는 것처럼 그동안 의사소통을 거부한 것이었다. 그 청년이 변호인 접견에 비협조적이었기 때문에 재판 당일 변호사는 우리의 도움을 청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 청년의 죄는 이런 것이었다. 그는 과거 휴스턴 공항에서 신분문제로 경고를 받고 훈방된 경력도 갖고 있었다. 한국서 미국의 삼촌 집으로 와 있으면서 불법체류자가 되었고 삼촌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과 멕시코 조직이 연계 된 신분위조단을 통해 위조영주권을 매입하기로 하고 엘파소와 맞대고 있는 후아레쓰로 건너가 약속된 조직을 만나 위조 영주권을 받아 들고 엘파소로 넘어오다 검문소에서 적발이 되었다.
검문 당시 한국 청년은 자기 본명을 말하지 않고 위조신분증에 있는 이름으로 대답을 했으며, 국경수비대원이 영어로 질문을 하면 영어를 모르는 척 하는 제스츄어를 하며 대답을 하지 않았다고 조서에 적혀있었다. 휴스턴 공항에서의 사건도 적시 되어 있었으며, 질문에 거짓말을 했다는 항목도 추가되어 있었다. 이 사건은 단순히 이민국 문제가 아니라 문서위조 사건이기 때문에 이민법원이 아닌 연방법원에서 재판을 받게 되었던 것이다.
변호사가 통화하고 싶어 하는 문제는 간단했다. 죄를 인정할 것인지, 죄를 인정하게 되면 징역을 몇 년 살게 될 것이며, 보석금으로는 얼마를 낼 수 있고, 오늘 재판에서 판사가 내릴 수 있는 형량과 그리고 그 이후 처리될 과정에 대한 설명이었다. 어이없게도 우리가 통역하지 않아도 이 청년은 이미 다 이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동안 변호사접견에 협조하지 않았던 것은 그의 믿음 때문이었다. 삼촌이 한국인 변호사를 대동하고 와서 자신을 빼내어줄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나는 그의 위대한(?) 믿음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청년은 자신이 지금 얼마나 큰 죄를 짓고 재판정에 서게 되었는지에 대한 심각한 인식이 없는 듯 했다. 그리고 한국인 변호사가 오면 자신을 그 곳에서 빼내어줄 것이라고 믿고 기다리며 국선변호인과는 소통을 하지 않고 있었다는 사실에 황당했다. 정확한 내막은 모른다. 한국인 변호사가 빼내주겠다고 약속을 하고 돈을 받아챙겼는지, 아니면 삼촌이 안심시키려고 그런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지만 이 청년은 결국 그날 자기 죄를 인정하고 법정에 서서 재판을 받고 형무소로 가게 되었다.
재판정을 뒤로 하고 돌아오면서 착잡했다. 미국이 뭐길래 위조신분증으로 국경을 넘는 것일까? 무모한 것일까 아니면 죄의식이 없는 것일까? 아니면 요행을 믿고 도박을 하는 걸까? 그리고 죄를 지어 수갑을 차고 쇠사슬로 묶여 있으면서도 삼촌이 자신을 석방시켜 줄 기대를 하고 있는 이 젊은 청년의 믿음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친구의 말이 생각났다. 교회 청소년들에게 미국 체험을 시키러 방문비자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탈락하는 학생들이 있었는데 결국 그 뜻이 성사되지 못하여 한 말이다. “미국 가기가 천국 가기보다 힘든 것 같애….” 과연 천국 가기가 더 쉬운 것일까? 사실 예수님은 천국에 들어가려고 사람들이 애쓰는 걸 아시고 찬물을 끼얹는 말씀을 하신 적이 계시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거라. 멸망으로 이끄는 문은 넓고, 그 길이 널찍하여서, 그리로 들어가는 사람이 많다. 생명으로 이끄는 문은 너무나도 좁고, 그 길이 비좁아서, 그것을 찾는 사람이 적다” (마 7:13-14).
천국에 들어가는 길도 문도 좁아 쉽지 않음을 이미 사람들은 느끼고 있다. 그래서 위조신앙으로 눈을 돌리는 이들이 많지 않을까? 사진을 감쪽같이 바꿔 붙이고 이름도 바꾸어 검문을 통과하는 위장입국처럼 믿음도 있는 것처럼 꾸미고, 불법을 해도 빼내줄 걸 기대하고 불법인 줄 알면서 불법을 행하는 교인들이 있다면 우리는 그들을 ‘무늬만 교인” 혹은 ‘명목상 교인’, 즉 ‘이름만 교인’이라고 부른다. 오늘 위장 교인이 얼마나 될까? 예수님은 천국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 합법적 신앙으로 가는 길은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아 많지가 않다. 위조신앙, 그럴듯한 신앙, 무늬만 신앙인 길은 쉬워서 사람들로 붐빈다고 말씀하신다. 이천 년 전 예수님의 통찰이 오늘 세속화의 길로 치닫는 교회를 향해 주시는 예언이 아닐까?
‘사람들은 거짓말이라도 자신에게 좋은 말을 해 주기를 바란다’는 말도 있다. ‘사람들은 자기가 원하는 것만 듣는다’ 라는 말도 있다. 또한 ‘자기가 믿고 싶은 대로 믿는다는 말’도 있으며, ‘사람들은 속고 싶은 본능이 있다’는 말도 있다. 이 모두 거짓과 가짜, 위조와 속임수가 흔하게 된 세상의 배경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예수님의 경고하신 것처럼 거짓 예언자, 거짓 신자들이 넓은 대로를 붐비도록 걸어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민을 오겠다면 불법의 방법을 택하지 말아야 한다. 조건에 맞추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편법은 불행을 낳는다. 평생 교회 다니며 신앙생활을 하고 천국에 못 들어 가는 사람이 가장 황당하고 억울할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성경은 그런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다. 불법과 위조가 천국에서 통할 것 같은가? 편법이 천국문의 열쇠가 될 것 같은가? 더 큰 문제는 신분위조라는 큰 죄를 짓고도 용서받고 다시 나가게 될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으로 사는 이들의 어리석음이다.
마지막 심판 때 염소와 양을 구분한다는 말씀처럼 엄밀하게 심판하시는 하나님 앞에는 오직 진실된 신앙만이 통하게 될 것이다.
2013년 8월 22일
'내일 아침'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