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불법체류와 불법신앙

내일아침 2014. 1. 30. 06:41

불법체류와 불법신앙

 

                

“저… 인터넷을 통해 목사님을 알게 되어서 전화를 드렸습니다. 저는 달라스에 살고 있는데요. 얼마 전 친구와 함께 캘리포니아에서 달라스까지 함께 가다가 엘파소를 통과하면서 제 친구가 불법체류자로 체포되었습니다. 어떻게 대처해야 좋을 지 몰라 전화를 드렸습니다….

                

50대 된 여성으로부터 불법체류자로 체포되어 재판을 기다리게 된 친구의 사연을 들었다. 친구인 자신도 그가 불법체류자인 줄 몰랐다는데 그 친구의 불법체류 기간은 무려 20년 가까이 되었다. 미국으로 유학을 와 어려운 공부를 끝내고 취업도 하고 아무 탈 없이 잘 지냈기 때문에 주변의 사람들이 불법체류자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한다. 전화를 통해 하소연한 이도 갑자기 당한 일로 죄책감과 당황함으로 고통스러워 했다. 얼마 지난 후 불체자로 체포된 언니라는 이도 전화를 해 와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현명할 지에 대해 도움을 청했다.     

   

사실 이런 경우 달리 방법이 없다. 추방되어 한국으로 돌아가는 길이 그나마 최선의 길이다. 재판에 순순히 응하여 죄를 인정하고 선처를 바라는 방법 밖에 없다는 말만 할 수 밖에 없어서 나도 괴로웠다. 본인에게 말 못할 사정이야 있었겠지만, 지난 20 여 년 동안 불법으로 살아오는 동안 얼마나 가슴을 조리며 살았을까? 왜 합법의 길을 찾지 않았을까? 아니면 너무 오래 살다 보니 익숙하여 불체자인 것을 잊어버렸나? 불체자이면서 어떻게 국경도시를 관광할 생각을 했을까? 많은 물음이 머리를 맴돌았다.

             

엘파소는 국경도시이기에 엘파소를 벗어나는 길목에는 공식적으로 국경수비대의 검문이 있다. 이를 피해갈 길은 없다. 가끔 앞에서의 사연처럼 전화를 통해 도움을 청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 국경도시의 검문을 알지 못하고 왔다가 겪게 되는 사연들이다. 알지 못해서 당한 일이니 이해하기는 하지만 불체자이면서 어찌 그렇게도 조심하지 않았을까 하는 속상한 물음은 여전히 가시지 않는다. 자기 신분을 알고 있으면 처신에 조심을 해야 하지 어찌 그리 무심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같은 한국 사람들이 이런 일로 어려움을 당하는 소식은 참 안타깝지만, 도울 수 있는 길도 없으니 속상한 것이다.

           

예수님께서 우리 가까이 가져오신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는 조건이 있는데 회개다. 세상의 법은 죄를 지었으면 반드시 벌을 받아야 하지만, 하나님 나라의 법은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고백하며 뉘우치고 용서받아 하나님 나라의 새 삶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다른 길은 없다. 그런데 기독교 신앙인이라고 고백하는 사람들 가운데도 불체자가 검문소에서 체포되는 것처럼 불체자 신앙이 있다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불법 신앙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다가 하나님 나라의 문 앞에서 예수님의 검문에 걸려 낭패를 겪는 일이 생각보다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불법신앙을 가졌으면서도 불법에 익숙하여 자신의 신앙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지도 의식하지 못하고, 예수님 앞에 가서야 알게 되어 더 이상 회개의 기회도 없이 법의 심판을 받게 되는 경우도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진/ 엘파소 광야/ El Paso, Texas

 

       

불법 신앙 신앙이라는 조금은 과격한 주제이지만, 기독교인 중에 어는 한 분에게도 이러한 불행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을 하면서 이 글을 쓴다. 어느 목사가 자기 교인이 천국 문 앞에서 탈락되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할 수 있을까? 자신이 목회하는 교회의 모든 교인들이 하나님의 나라에 다 들어가기를 바라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단단히 교육하고 알려 불법 신앙인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마태복음 7 21-23은 우리에게 충격이 될만한 예수님의 비유를 증언하고 있다. “나더러 ‘주님, 주님' 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다 하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라는 이야기다. 이 얼마나 충격적 이야기인가? “주님, 주님”이라는 말이 주는 의미는 예수님을 종교적, 신앙적, 교리적 고백을 통해 믿었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국에 못 들어 간다 하니 이해할 수 없어서 이렇게 질문한다. “주님, 주님, 우리가 주님의 이름으로 예언을 하고, 주님의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내고, 또 주님의 이름으로 많은 기적을 행하지 않았습니까?” 그랬더니 돌아온 대답은 이렇다. “나는 너희를 도무지 알지 못한다. 불법을 행하는 자들아, 내게서 물러가라.

              

나는 이 비유를 처음 읽은 이래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변함 없이 두렵고 떨림을 느낀다. 불법을 마치 합법인 것처럼 착각하는 신앙인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하는 말씀이다. 믿기만 하면 된다는 식의 잘못된 복음 이해가 만연하여, 마치 틀린 신앙이나 불법 신앙은 있을 수 없고 오직 믿기만 하면 무조건 하나님 나라에 들어간다는 묻지마 신앙에 빠진 이들에게 추상같은 경고의 말씀이다. 불법 신앙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예수님의 이름을 불법으로 사용하는 불법신앙으로는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는 사실을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심각하게 여겨야 하지 않을까?

               

왜 예수님은 불법신앙을 말씀하셨을까? 불편하게도(?) 기독교 신앙은 법의 신앙,  경전의 신앙이다. 구약은 율법이 있어 율법신앙이었다. 신약성서는 예수님을 곧 하나님의 말씀으로 고백했고 예수를 믿는 일을 그래서 말씀신앙이라는 말로도 표현한다. 물론 그 말씀은 하나님의 말씀과 뜻이다. 그런데 그 말씀이 율법의 완성임을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율법을 폐지하지 않는다고 못박으셨다. 그러니 기독교 신앙은성경을 통해 전해진 하나님의 법을 지키는 신앙이다. 원시 종교의 미신처럼 내 자신의 기분과 소원을 따라 믿을 수 있는 내 맘대로 신앙의 자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법을 지키지 않는 불법신앙으로는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는 사실을 예수님께서는 못박아 줄 필요가 있었다. 왜냐하면 자기가 원하는 대로 믿고 싶어 하고, 자기가 편한 대로 믿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지닌 죄의 본성을 아셨기 때문이다. 예수님의 결론은 간단하다. 불법신앙은 절대 불가(不可).

               

우리 모두에게 여권, 비자나 영주권, 혹은 시민권의 자격 등을 나타내는 합법적 신분증이 있는 것처럼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합법적 자격이 필요하다. 예수님은 비유에서 결론을 이렇게 낸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행하는 사람이라야 들어간다.” 하나님의 뜻에 합당하게 행하고 실천하여 열매를 맺으면 그것이 증명인 셈이다. 하나님의 뜻을 따라 열매를 맺어야 한다. 비유에서 나온 사람의 주장이 무시된 것은 기적과 같은 열매을 맺었으나 하나님의 뜻에 따른 것이 아니라 자신의 뜻에 따른 것이었기 때문에 불법이라고 판정된 것이다. 사람의 죄 된 욕망이 이끄는 유행을 따라가거나, 세상의 유행이나 만족을 따라가는 세속화의 길을 걸으면서도 마치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하며 합법인 것처럼 믿어버린다면 하늘 문 앞에서 결국 돌이킬 수 없는 비참한 종말을 피할 길이 없다.         

               

지금 미국에선 불체자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뜨거운 감자다. 오바마 정부는 불체자들을 구제하려고 애쓰고 있으나 쉽지 않고 더디기만 하다. 바라기는 불체자로 불안하게 사는 사람들에게 구원의 기쁜 소식이 들려지기를 바란다.

 

또한 불법신앙, 타락신앙, 세속신앙인줄 모르고 살다 하늘 문 앞에서 입국이 거절되는 불행한 일을 사전에 막기 위해 교회가 불법신앙을 합법신앙으로 바로잡아 인도하여 구원에 합당한 길을 보여주는 일이 시급하다. 오늘 밤에 주님이 다시 오실지도 모르는데 불법 신앙을 보고도 어찌 태평할 수 있겠는가!

 

2014년 1월 29일

'내일아침' 심용섭 목사 쓰고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