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표준으로서 성서
믿음의 표준으로서 성서
신앙의 표준을 담은 책을 경전(經典)이라 한다. 경전이라 함은 신앙의 표준이 되는 종교적 원리와 가르침을 문서로 나타내 보존하는 것을 뜻하는데, 기독교는 모두 66권으로 된 경전인 ‘신구약성경’을 지켜오고 있다. 우리가 읽고 있는 기독교 신앙의 경전인 ‘성경전서’는 66권의 성서 전체를 하나로 묶어 한 권으로 책으로 만든 것이다. 이 책들은 크게 구약과 신약으로 분류하고, 다시 구약은 39권, 신약 27권으로 나뉜다. 이 것이 기독교 신앙의 표준이 되는 경전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여 이러한 경전이 정해지게 되었을까?
구약 성경이 정경으로 된 과정(政經化) 구약성서는 일찍부터 두 언어로 전승되어 왔다. 하나는 히브리어로 기록된 구약성서이고, 다른 하나는 기원전 3세기부터 히브리어에서 그리스어로 번역된 그리스어(희랍어 혹은 헬라어) 역 구약인데 일명 ‘칠십인 역’(LXX)이다. 칠십인 역이라는 이름이 붙게 된 것은 이스라엘 12지파에서 나온 70 또는 72명의 번역자가 번역했다는 전설 때문인데, 실제로는 여러 번역자들이 100년 이상 걸려 번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번역본은 기원전 587년 예루살렘이 바벨론에 의해 패망한 이후 이스라엘 본토를 떠나 그리스 문화권에 흩어져 살던 유대인들(이들을 '디아스포라'라고 부른다)을 위해 쓰여진 성경이라 할 수 있다. 기원후 70년 예루살렘 성전이 로마에 의해 파괴된 후 '얌니아'라는 지방에 있던 예쉬바(Yeshiva)라고 불리는 유대인 랍비들의 아카데미에서 구약성경의 정경을 결정하는 문제가 논의되었다. 요한난 벤 자카이라는 랍비가 주도한 이 아카데미는 어떤 책들을 '거룩한 책'에 포함시킬 것인가로 의논한 끝에 히브리어로 씌어진 39권의 책만을 구약성경의 정경으로 공식 선포하였고, 이후 유대인들은 그것들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한편, 초기 기독교는 히브리어 구약성서보다는 그리스어 구약성서(칠십인역)를 경전으로 받아들였는데, 거기에는 히브리어 구약성서에는 없는 소위 외경이라고 하는 책들이 더 편집되어 있었다. 가톨릭에서는 1546년 트렌트 회의에서 그리스어 외경을 히브리어 성경에 들어있는 39권 책과 동일하게 영감 받은 권위 있는 제2의 경전으로 인정하게 되었다. 그러나 개신교에서는 종교개혁 당시부터 외경의 경전성 문제가 논의되다가 끝내 경전에는 들어올 수 없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제2경전(외경)에 들어가는 책은 역사적으로 변천되어 왔다. 또 편집 형태에 따라 책의 권수도 일정하지 않다. 1977년 한국에서 신 구교가 공동으로 번역한 『공동번역성서』에 나오는 제2경전은 토비트, 유딧, 에스델, 지혜서, 집회서, 바룩서, 다니엘서, 마카베오상 마카베오하 이상 9권이다. 신약의 정경화 과정
신약 성경의 정경화는 신앙의 순수성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형태로든 문서로 기록된 권위 있는 신앙의 기준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생겨나면서 시작되었다. 초기 기독교 공동체는 처음부터 구약성서를 그들의 성서로 받아들였다. 이는 예수께서 구약성서를 권위 있는 글로 인용했다고 기억했으며, 복음서 저자들도 또한 예수의 사역을 해석할 때 구약성서를 이용하였다. 그들은 예수 그리스가 유대교 성서에 나오는 메시아에 대한 약속을 성취한 것으로 이해하였다. 그래서 기독교 공동체는 구약성서를 중요하게 여기게 되었다. 2세기 초 기독교 변증학자였던 유스티누스(Justinus)는 4 복음서들(마태, 마가, 누가, 요한)이 유대교 성서와 동일한 가치를 지닌 것으로 인정했다. 비슷한 시기의 프랑스 리옹의 감독이었던 이레네우스(Irenaeus)는 4복음서 뿐만 아니라 바울의 서신들, ‘베드로 전서’와 ‘요한 일서’도 신앙을 위해 도움이 되는 것으로 높이 평가하였다. 비록 약간 축약된 목록이지만 우리가 ‘신약성서’로 알고 있는 성서들의 수집록이 성서학자 오리게네스(Origenes, 185-251)의 손에서 형성되었다. 4세기 초 가이사라의 감독 유세비우스(Eusebius)는 “신약성경을 구성하는 저작”을 4복음서, 사도행전, 바울 서신들, 요한일서, 베드로전서, 요한계시록이라고 하였다. 그는 자신이 확정한 22권의 승인된 책들 외에 논의의 대상으로 간주하는 5권(야고보서, 유다서, 베드로후서, 요한이서, 요한삼서)의 책들도 목록에 추가하였다. 이렇게 현재의 신약성서 27권의 목록이 최종적으로 등장하는 것이 367년이 되어서였다. 알렉산드리아의 감독 아타나시우스(Athanasius)는 367년에 쓴 그의 부활절 기념 서신에서 우리의 27권의 책들을 ‘구원의 근원들’로 제시하고 있으며, ‘정경’ 안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를 통해 당시에 기독교 정경의 개념이 충분히 정착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후 397년에 여린 카르타고 공의회(Councils of Carthage)에서 “교회에서 거룩한 성경으로 읽혀져야 한다”는 정경의 원리를 명시하며 신약 27권의 목록을 확인하였다. 이후 종교개혁 시대에 개혁자들이 제기한 정경 문제에 대해 1546년 트렌트공의회에서 27권의 정경을 다시 한번 확인하였다. 신약 정경은 기독교 공동체의 처음 300년 동안 회람되던 많은 문서들 가운데서 선택되었고 천 년 이상 흘러 공식적으로 확정된 것이다. 그런데 기억해야 할 것은 교회 지도자들의 모임에 의해 먼저 결정된 후 정경으로 읽혀진 것이 아니라, 교회 공동체의 삶 가운데서 먼저 읽혀졌었다는 점이다. 교회 공동체는 그 책들을 사용하면서 다른 문서들보다 더 가치가 있는 점을 발견했고, 기독교 신앙을 일으키고 풍성하게 하며 잘못된 신앙을 바로잡는 데 있어서 다른 문서들보다 탁월한 능력이 있음을 경험하게 되었다. 따라서 신약 정경은 어떤 권위 있는 회의에 의해 결정된 것이 아니라, 기독교 공동체가 형성되는 수 세기 동안 공동체 전체가 성경 문서들을 읽으며 공동으로 경험한 결과로 나타난 것인데 이는 교회를 이루어가는 동력이었던 성령의 역사로 이루어진 결과라고 고백할 수 있다. 2013년 6월 30일 '내일 아침'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