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1부

교회, 부활의 경험

내일아침 2013. 9. 27. 06:40

교회, 부활의 경험

   

만약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이 없었다면 오늘의 교회가 있을 수 있었을까? 그리스도의 부활 없이 십자가 사건만 있었다면,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죽음이 구원의 능력을 상징하는 기독교 신앙의 상징이 될 수 있었을까? 아마 그리스도의 가르침으로만 남았을 지는 몰라도 신앙이 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역사에 대하여 가정을 하여 결론을 내리는 일이 의미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사건이 기독교 신앙과 교회의 존재에 얼마나 결정적인 사건인지를 드러내고자 한 말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 이후, 갈릴리에서 시작되었던 예수 그리스도의 신앙운동은 예루살렘에서 막을 내리는 듯 했다. 갈릴리에서 시작된 예수 그리스도의 새로운 신앙운동을 주시하고 감찰하며 자신들의 종교적 기득권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판단하여,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처형하였던 대제사장과 바리새파 사람들, 그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처형함으로써 자신들의 염려와 불안을 내려놓았을 것이다. 열 두 제자들이나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배우고 따랐던 모든 이들도 예루살렘 입성의 감격도 잠깐, 그들의 스승이었던 그리스도의 비참한 죽음을 지켜보고 절망과 좌절을 겪으며 공황상태에 빠지거나, 그리스도의 꿈과 희망을 품었던 그들의 믿음을 내려놓았을 것이다. 이러한 정황은 복음서의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삼 년 동안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 선발되어 예수 그리스도와 동거동락하며 가르침을 받았던 열 두 명의 사도들은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 이후 두려움과 공포에 질려 한 방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숨어있었다. 그들은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직접 십자가의 고난과 죽음에 대한 예고를 들었지만 무슨 뜻인지도 이해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부활한 예수 그리스도를 만날 때까지도 까맣게 잊고 있었다. 불안하고 공포에 질리면 기억도 사라지는 법이다.

   

누가복음 24장은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엠마오로 돌아가던 제자들(사도가 아니지만 그리스도를 따랐던 이들을 초대교회는 모두 제자로 불렀다)을 만나는 장면을 증언한다. 낙심하여 집으로 돌아가는 제자들의 모습에서, 그리스도를 따랐던 그들의 경험은 단순히 슬픈 추억으로 남아 있을 뿐 부활에 대한 기대를 전혀 갖고 있지 않았다. 부활이 없었다면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이 그 시대의 사람들에게 추억으로 남았다가 사라질 수도 있었다.

   

공관복음서와는 다른 상황을 증언하는 요한복음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 이후 갈릴리 출신 사도들이 다시 갈릴리로 복귀하여 그리스도를 만나기 이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가 고기잡는 어부가 되어있음을 증언한다. 이러한 상황묘사에 따르면, 그리스도의 열 두 제자들에게서 그리스도의 사역을 이어가야 한다는 제자로서의 의지나 책임은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 다만 그들은 절망과 좌절 속에 슬퍼할 뿐이었다. 만약 부활한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는 체험이 없었다면, 제자들은 그리스도를 만나기 이전처럼 고기를 잡는 어부로 일생을 살아갔으리라는 추측이 어렵지 않다. 사도들에게 그리스도의 부활 경험이 없었다면 그리스도의 사역을 이어가는 초대교회의 신앙운동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부활한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고 난 후 패닉(panic) 상태에 있었던 그들은 놀랍게 달라졌던 것이다.

 

2013년 9월 26일

'내일아침' 심용섭 목사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