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

“25분 안에 끝내줍니다!”

내일아침 2013. 6. 18. 05:38

“25분 안에 끝내줍니다!”

 

제목이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며 궁금해 하는 이도 있을 법 하다. 25분 안에 끝내주겠다는 약속을 누가 누구에게 하는 걸까? 나는 이 이야기를 달라스 아래 와코(Waco)라는 지역에서 목회하시는 한 목사님에게서 들은 것인데 그 지역의 한 교회가 고속도로 옆에 세운 간판에 큼직하게 쓴 광고문구라는 것이다. 내용은 주일예배를 25분 안에 끝내줄테니 자신들의 교회로 오라는 뜻이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마음이 끌리는가?

 

어떤 분으로부터 자신의 담임목사님에 대한 칭찬을 들은 적이 있다. 칭찬의 내용은 이 것이다. “우리 목사님은 시간을 칼 같이 지킵니다. 예배 시간을 칼 같이 끝내줍니다. 설교가 조금 길어 12시 안에 못 끝낼 것 같으면 찬송을 생략하고 딱 12시 전에 끝냅니다. 난 그게 맘에 들어요.” 시간을 잘 지키는 것은 좋은 일이 분명하지만 목사를 좋아하는 이유가 찬송을 생략하면서 예배를 제 시간에 끝내준다는 말에는 그리 좋은 기분이 들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분의 말의 맥락을 보자면 예배의 내용보다는 끝내는 시간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실 예배가 제 시간 안에 끝나지 않는다 하여 10분 혹은 20분씩이나 늦어지는 교회가 있을까? 길어야 5분 이내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5분 정도 미리 끝내주는 것에 대하여 그렇게 좋아한다면 분명 예배하는 한 시간을 지루하게 참고 있었다는 증거가 분명한 셈이다.  

 

사실 설교한다는 말이 좋은 뜻으로 쓰이는 경우가 드물다. 장황하고 지루하며 듣기가 불편한 이야기를 설교한다라는 말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예배와 설교가 사람들에게 부정적으로 각인된 게 분명하다. 그래서 예배를 일찍 끝내준다고 광고를 하거나 아니면 예배를 재미있게 그리고 설교도 재미있게 하려고 목회자들이 애를 쓰는 것 같다. 우리 시대가 감성의 시대이며 무엇보다 재미가 없으면 지루해하고 못 견뎌 하는 세대라고 이해하여 거기에 맞추려고 교회들도 많이 노력하는 것 같다. 그러나 ‘25분 안에 끝내줍니다하는 광고를 생각하면 지금 교회의 처지가 참으로 안쓰럽다는 생각이 든다. 이를 지켜보는 하나님의 심정은 어떨까?    

 

 

일반적으로 학교 교실에서 수업이 진행될 때 45분 혹은 50분 수업하고 10분 휴식하곤 한다. 초등학교도 그리한다. 대학에서 세미나가 열리면 보통 한 시간 반 정도 하고 10 혹은 15분 휴식을 갖는다. 중고등학교에서는 한 클래스를 마치고 다른 교실로 이동하기 때문에 실제로 휴식 시간은 별로 없다. 하루 종일 학교에서 공부하고 집으로 온다. 시대가 바뀌었다고 수업시간을 45분에서 25분으로 바꾸지 않았다. 공부하고 책 읽으며 선생님 말씀 듣는 일이 지루하다고 수업시간을 25분으로 단축시키자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 교회에서는 사람들이 재미 없다고 예배시간을 줄이고 설교도 재미있는 걸로 해 달라고 요구한다. 참으로 이상하다. 학교 선생님보다 하나님이 더 만만해 보여서일까? 

 

대학을 다니던 시절, 가끔 교수님이 휴강을 한다고 게시판에 공고를 하는 경우가 있다. 그 날 학생들은 환호를 지른다. 수업이 없어 자유롭게 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건 정말 가끔이다. 학생들이 휴강에 환호하며 좋아한다고 수업을 10분 먼저 끝내준다거나 휴강을 자주 하면 학생들은 교수를 불성실하다고 판단하게 되고 그 교수는 인기 없는 교수가 되며 재임용이 어렵게 될 것이다. 학생들도 휴강 잘하는 교수에게 수강신청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공부가 힘들긴 해도 대학에 들어온 이유는 공부하기 위한 목적으로 그 어려운 관문을 통과하여 들어왔기 때문이다. 힘들고 어렵다 하여 공부하는 일을 게을리 한다면 결국 그 학생은 탈락하고 말 것이다. 하나님께 예배하며 말씀을 듣는 그리스도인은 어떨까? 예배를 30분 이내로 단축하고 세상에 재미난 이야기 다 모아서 프로젝트로 보여주며 배꼽 잡는 우스운 이야기를 해 주면 두 시간도 참아내려나?  

 

왜 사람들은 예배시간 한 시간도 길다고 생각하는가? 예배프로그램이 재미 없어서일까? 왜 사람들은 설교를 지루하다고 여길까? 설교자가 재미 없게 말을 해서일까? 설교의 주제나 내용은 어디서 오는가? 성경이 아닌가? 그렇다면 성경은 재미 있는 책일까 재미 없는 책일까? 성경이 재미 있을까? 재미 없이 지루할까? 어떤 사람은 성경을 수면제라고 우스개 소리로 한다. 이래 저래 교회의 예배와 설교, 그리고 성경은 천덕꾸러기 못난이가 되고 만다. 설교나 예배의 본질에 대한 물음은 없고 이런 저런 편견으로 오늘 많은 사람들은 예배가 지루하다고 전제하며 설교는 듣기 힘들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아닐까? 그래서 설교자도 대중들의 요구에 부응하여 예배 시간을 줄이고 설교를 재미있게 해보려고 여러 우스개 소리를 찾아내며 사람들의 마음에 들려고 애를 쓰는 것 같다. 과연 하나님을 향한 우리의 헌신이 이렇게 우스꽝스럽고 안쓰럽게 되어져야 하는 걸까?  

   

세 시간짜리 영화는 잘 보며, 친구와 영양가 없는 잡답으로 몇 시간은 잘 보내면서, 학교 수업 50분에 불평하지 않고, 관공서에서 30-40분 줄서기도 잘 하고 빈둥빈둥 하루 몇 시간을 낭비하면서도 왜 하나님께 예배하는 시간과 인생의 문제를 생각하고 구원에 대한 심각한 주제인 하나님 말씀을 배우고 듣는 데는 한 시간도 참지 못하고 불평하고 인색할까? 사람들은 참으로 이상하다. 재미 없어서가 아니라 하나님 앞에 있기 싫어서가 아닐까? 진리를 듣고 자기의 허물과 죄를 돌아보는 것이 싫어서가 아닐까? 이 것이 인간의 죄성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재미라는 게 뭘까? 재미를 느끼는 주체자의 판단이며 느낌이다. 당신은 무얼 재미 있어 합니까? 이렇게 묻는다면 답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어떤 사람은 책을 읽으며 행복해 한다. 어떤 사람은 음악을 통해, 어떤 사람은 땀을 뻘뻘 흘리는 운동을 하며, 또 어떤 사람은 모르는 것을 알아내며 지적인 만족 속에 기뻐한다. 물론 어떤 사람은 노름을 하면서, 혹은 빈둥빈둥 게으름으로 재미 있어하기도 할 것이다. 이렇듯 재미는 다양하고 수준의 차이도 있다. 어떤 것을 재미있어 하고 즐거워하느냐에 따라 인생도 그와 같이 된다. 이사야서에서 하나님은 예언자의 음성을 통해 나의 생각은 너희 생각과 다르고, 나의 길과 너희 길은 다르다. 하늘이 땅보다 높듯이 나의 길은 너희의 길보다 높으며, 나의 생각은 너희의 생각보다 높다고 우리를 분명하게 각성시키신다(55:8-9). 그리스도인은 무엇을 재미 있어 하는 사람들일까? 하나님의 높이와 길을 생각하며 생각해야 하는 게 아닐까? 그래서 우리가 성경을 독서하고 예배하며 하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는 게 아닐까?   

 

나는 교회를 처음 나가기 시작하여 지금까지 한 번도 교회에 빠지지 않고 다녔다. 그리고 그리스도인이 된 처음부터 성경을 돈 주고 사서 읽고 그 내용을 이해하는 일이 가장 재미 있었고 지금까지 성경의 진리를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가장 재미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진리와 관련한 학문과 지식을 배우고 이해하는 일이 가장 재미 있다. 나는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재미, 이 것이 그리스도인들이 갖는 공통된 특성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예배를 25분 안에 끝내주겠다고 교회가 선전하는 시대가 되었으니 참 그리스도인이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예배하고 설교를 듣고 성경공부 하는 한 시간 동안만이라도 자신의 인생문제를 생각하며 진지해질 수 없을까? 좀 힘들어도 영적이며 정신적 가치를 찾기 위해 힘쓰면 안될까? 참으로 무엇이 참이고 거짓인지, 내가 무엇을 해야 옳은 것인지, 무엇을 바라고 소망하며 살아야 보람된 인생인지 생각하며 한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재미 없고 지루한 일일까?

 

, 슬프다! 너무나 피상적이고 쾌락적인 세대여!  

 

2013년 6월 17일 씀

'내일 아침' 씀